First.
걷는 것에는 꿈이 담겨있다.
그래서 잘 짜여진 사고와는 그리 잘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 사고는 고운 모래밭에 말랑말랑한 베개를 베고 누워
반쯤 눈을 감고 명상을 한다거나, 솔밭에서 낮잠을 잘 때 더 잘 이루어진다.
걷는 것은 행동이고 도약이고 움직임이다.
부지불식간에 변하는 풍경, 흘러가는 구름, 변덕스런 바람, 구름투성이인 길,
가볍게 흔들리는 밀밭, 자주빛 체리, 잘려나간 건초 또는
꽃이 핀 미모시의 냄새, 이런 것들에서 끝없이 자극을 받으며
마음을 뺏기기도 하며 정신이 분산되기도 하며
계속되는 행군에 괴로움을 느기기도 한다.
생각은 이미지와 감각과 향기를 빨아들여 모아서 따로 추려놓았다가,
후에 보금자리로 돌아왔을 때
그것들을 분류하고 각각에 의미를 부여할 것이다.
Second.
"나는 삼림관리인 생활이 좋습니다.
자연을 사랑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겨울에는 독서에 전념할 수가 있으니까 말이오.
그래서 1월부터 3월까지 실컷 책을 읽고,
저녁 무렵 찻집에 가서 친구들에게 「미학」과 「논리학」을 읽는
행복을 일깨워주기도 하지요."
Third.
나는 다시 길을 떠났고, 조금 가다가 멈춰 휴식을 취했다.
눈을 들어보니, 거북이 한 마리가 배탈길 위쪽에서
둥그런 눈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안녕, 친구여.
미리 말해두지만,
난 너와 경주하지 않을 거야.
― 《나는 걷는다》 1권
Geschrieben von Sooji 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