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을 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우산을 받지 않으면 가벼운 빗방울이 얼굴을 덮을 정도로 조심스레 비가 내린다. 무표정한 사람들이 걸음을 재촉하고, 난 무표정한 길을 따라 더운 바람을 들이켰다. 그날의 그 바람처럼 축축한 공기가 사방에 뻗어 있어 밤길의 인공 조명들을 한데 묶는다.
아직 다 벗어지지 않은, 실은 하나도 벗어지지 않은, 끈적한 거미줄. 내가 한 걸음씩 걸을 때마다 바닥에 끌리고 온갖 물건들에 붙어 나를 잡아 당긴다. 몸에 붙어 있던 거미줄은 떼어낼 수가 없어 어깨에 가득 올려 놓았는데, 겹겹이 쌓인 그것은 바람이 불면 얇은 날개처럼 퍼져서 나를 들어 올려 순간 알 수 없는 곳에 내려놓곤 한다.
거미가 나타났다. 거미가 있는 곳에 내가 떨어졌다.
이봐 당신, 날 이렇게 꽁꽁 묶어 놓고 어디 간거예요. 숨쉬는 것조차도 겨우 하고 있잖아요. / 아무데도 가지 말라고 했더니 어디 간거예요. 당신을 찾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 손을 뻗어서 사람을 잡아 겨우 거미줄에서 나올 수 있었어요. 다행히 그 사람은 거미줄이 보이지 않나봐요. / 당신 미친거 아니예요? 당신도 이제 거미예요. / 나도 알아요. 사람을 잡는 거미의 기분이 어떤지 알고 싶었어요.
이제 내몸에 거미줄은 붙어 있지 않다. 그래서 뻗었던 손을 거둘 때가 되었다.
처음부터 정확한 유효기간을 정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제 유효기간이 끝났다는 것은 확실하다.
자정을 넘어 탄 택시는 꽤 급하게 달렸다. 기사는 지저분하지도 않은 유리를 몇 번이나 문질러댔다. 그리고 월드컵의 축구 이야기를 했다. 나는 안전하게 가달라고 부탁했고 기사는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짓다가 목적지까지 남은 구간을 친절하게 운전해 갔다.
서툴러도 괜찮아요. 요금이 많이 나와도 괜찮아요. 나는 이 택시에 탔고, 당신을 믿어요. 안전하게 끝까지 가요. 나, 미치지 않았어요. 거미줄이 가득한 이 택시가 마음에 들어요.
Geschrieben von Sooji 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