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글자가 눈앞에 어른거린다.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나타난다. 그들은 어떤 표정을 짓기도 하고 무슨 말을 하려는 듯 움직이기도 한다. 나를 바라보기도 하고 어딘가에 시선을 두기도 한다. 귓가엔 알 수 없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소곤거린다.
꿈 이야기가 아니다. 한 사람으로도 부족해서 이젠 수많은 사람들, 수많은 목소리가 나를 괴롭힌다.
요즘엔 어디까지가 꿈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깨어 있는 동안 - 사실 정말로 깨어 있는 것인지 감각도 없지만 - 에도 눈에 비친 세상은 마치 조그마한 흑백 텔레비젼에 비친 모습과 같아서 꿈과 다를 바가 없다. 오히려 자고 있는 동안 보고 듣는 것들이 더 생생하다.
적어도 꿈속에는 목소리들이 날 괴롭히지는 않는다. 그들은 내 뒤에 숨기도 하고 내 곁에 가까이 왔다가 잡으려 들면 멀리 달아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앞에 보란듯이 나타나서 무슨 말을 계속 하기도 한다.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화면에 가득한 이미지를 바이너리 코드로 바꾸어 뿌리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비가 내린다. 선선한 바람이 분다. 자야만 한다. 여섯 시에 일어나서 나가야 해. 고단한 날들이 될거야.
나침반이 계속 빙글빙글 돈다.
Geschrieben von Sooji Shin